안녕하세요. 저는 비노드 아가왈입니다. 뉴스 버클리대학교 교수로 경영대와 법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가르칩니다. 또한 에이펙스 연구소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비즈니스와 정치라는 학술지의 편집장이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자유무역협정의 근간에 관해 얘기해 보죠. 세계무역기구에 특정한 조항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24조 조항입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조항이죠. 바로 최혜국 대우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이나 관세 동맹을 맺을 수 있죠 자유무역협정은 두 국가 이상이 자유무역을 하는 거고 관세 동맹은 자유무역 국가들끼리 공통 관세를 부과해 무역장벽면에서 같은 규칙을 따르는 겁니다. 가트 24조에 따르면 양자간이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할 수 있지만 관세율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관세율은 더 낮춰야 하죠. 한 나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은 열다섯 개 이상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는 3백 건 이상 협정이 체결됐죠 학생들에게도 묻는 건데요. 세계 200국에선 몇 건의 자유무역협정이 가능할까요. 무려 1만9천900건이 가능합니다. 낙관적인 사람은 양자 간 무역 협정을 계속한다면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죠. 1만 9천6백 건만 더 맺으면 되니까요.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입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wto를 대체하는 건 최선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 양자 간 무역 협정은 왜 하는 걸까요. 한국은 왜 미국과 협정을 맺었을까요. 하나는 분명합니다. 협상을 시작하기가 수월하죠. 125개국 150개국과 협상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뿐이면 더 빨리 협의할 수 있겠죠. 정치적 목표를 빠르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살펴볼까요. 한국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건 단순한 무역 때문만이 아닙니다. 안보 때문이기도 했죠. 우리는 이걸 산 연계라고 합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정으로 미국 시장에 자동차 및 다른 한국 제품을 수출할 수 있죠 하지만 한국이 더 중요하게 여긴 건 바로 안보입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이 한국 안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 여겼죠 비용 문제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안보 문제에서 발을 빼려 할 수도 있으니 자유무역협정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건 경제적 이유 뿐만이 아닌 안보와 정치적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엔 단점이 있습니다. 그 전에 자유무역협정 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정 체결 시 발생하는 문제를 얘기해 볼까요. 이러한 현상을 스파게티 볼 효과라고 합니다. 경제학자 바그와티가 마치 스파게티 볼과 같다고 한 거죠. 많은 국가와 많은 협정을 체결하면 스파게티처럼 복잡해진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스파게티 볼은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중국은 스파게티 볼이라는 바드와트의 표현에 즉각 이의를 제기합니다. 중국은 이렇게 주장하죠.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국수를 훔쳐가 스파게티를 만들었으니 스파게티 볼 효과가 아닌 누들볼 효과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시아 사업가들은 누들볼 효과라고 하고요 유럽에선 스파게티 볼 효과라고 합니다.
그럼 협정 체결의 문제점이 뭘까요. 앞서 말한 안보 사안 연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문제는 두 국가가 무역 협정을 체결하려고 할 때 한 국가가 상대 국가보다 훨씬 막강하다면 힘이 막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를 압박해 온갖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약소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할 때 여러 가지 조항을 거는 걸로 악명이 대단히 높습니다. 핵무기와 휴대 무기 그리고 노동권, 인권, 환경에 관한 조항까지도 비슷하게 미국은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 과정에서 페루 동쪽에 아마존을 보호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마존을 보호하는 조건을 누가 반대하냐고요 국가는 이런 데 쉽게 휩쓸리고 맙니다. 누군가는 노동권을 꺼낼 테고 인권과 안보 문제를 꺼낼 겁니다. 무역 협정에 수많은 이슈를 첨가하는 겁니다. 계속 그런 식으로 참가하다 보면 협상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이게 바로 사안 연계입니다. 정확하게는 전략적 연계인 거죠. 여기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안보와 무역은 연관이 없지만 이런 일은 항상 벌어지죠.
이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먼저 에이펙스부터 시작해보죠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입니다. 1989년에 시작했으니까 벌써 30년이 넘었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경제협력체를 구성해 자유무역지구를 만들자는 겁니다. 목표는 EU 같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아시아는 물론 미국까지 포함해 자유무역을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아시아 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죠. 유럽인이 유럽에서 자유무역을 하듯 말입니다.
이 협상을 시작한 건 호주와 일본이었습니다. 주도적인 건 호주였는데 이유가 점점 보호주의를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호주는 그동안 영연방을 통해 밀과 양을 수출했는데요. 밀과 양을 수출할 유럽 시장이 막혀버렸고 뉴질랜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그래서 호주는 선언합니다. 아시아태평양 협의체를 만들자구요. 우습지만 호주가 갑자기 아시아 행세를 한 겁니다. 호주도 아시아의 일부가 되길 원했죠.그래서 이 협의체가 시작됐습니다.
중국이 합류했고 대만이 차이니스 타이페이라는 이름으로 합류했습니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국으로 여겨지는 걸 우려했으니까요.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란 이름으로 참여했죠. 그리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2010년까지는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202년까지는 모든 회원이 맺는 거죠. 즉 2010년엔 강대국끼리 첫 자유협정을 맺고 2020년엔 모두가 맺는 겁니다. 21개의 회원국에는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파푸아 뉴기니 태국 미국 칠레 중국 홍콩 페루 필리핀 러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대한민국도 있습니다. 이 21개국이 에이펙스의 회원입니다. 메가 FTA라는 대규모 자유무역협정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체결하는 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죠. 21개국이 모두 달랐으니까요. 경제적 발전 정도도 달라서 매우 어려웠습니다. 사실 상 협상이 열리지도 않았죠. 2014년 이후 에이펙스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습니다.
에이펙스의 대안은 TPP라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었죠. TP를 주도한 건 싱가포르 뉴질랜드 그리고 칠레라는 작은 새 국가였습니다.아무리 작은 국가라도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세계 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그 다음 또 다른 약소국 브루나이가 합류했고 2006년 이 협정은 P4 협정으로 불리게 됩니다.P4 협정은 매우 야심 찼습니다. 관세를 철폐하고 건강 기준과 기술 장벽 그리고 정부 조달에 대한 규칙을 만들었고요 때에 따라 자유로운 이동도 허가하고 경쟁 정책과 지적 재산권도 다뤘죠 정말 야심 찼습니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국가였고 칠레와 뉴질랜드 역시 마찬가지로 이 야심찬 협정을 밀어붙이려 했습니다.처음 이 약소국들이 힘을 합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무역 협정을 맺고 다른 나라들도 초대하려 했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습니다.누가 뉴질랜드나 칠레처럼 그런 작은 나라와 무역 협정을 맺으려 하겠냐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미국의 부시 정부가 말했습니다. TPP에 가입하겠다고요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부시 정부가 막바지에 뭐라도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왜 아시아태평양 협정을 맺으려 했는지 모릅니다.하지만 오바마 정부도 이렇게 말했죠. 훌륭한 협정이라구요. 그러자 다들 이 협정에 열광했습니다. 멕시코도 이 협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고 캐나다도 일본도 참여하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한국 관료들에게 TPP에 가입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어요.회의적인 반응이더군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는데 왜 굳이 TPP에 가입해야 하느냐고요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의 공급망을 보면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으니 한미 협정에만 기대지 말고 최대한 많은 국가를 포함하는 협정을 맺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요. 이 협정은 2015년에 마무리됐지만 비준되지 않았습니다. TPP 협상이 시작되자 중국은 말했습니다. 이 협정은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을 몰아내기 위한 협정이라고요 그러자 미국이 말했습니다.그게 아니라 중국도 합류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협정 기준이 매우 높으니 준비되면 합류하라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트럼프 때문에 비준을 못했죠.그가 TPP에서 탈퇴했으니까요.
이때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인 RCEP을 주도하며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다수의 협정을 성공적으로 끌어냈습니다.중국은 일대 일로 전략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며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습니다.그리고 RCEP 협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aiib라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도 설립했습니다.미국이 아시아에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동안 중국은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했죠. 불행하게도 바이든 정부 역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아시아는 경쟁이 한창입니다.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국가끼리 경쟁하고 있죠 국가 경제와 무역 투자가 걸려 있으니까요. 한편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이죠. 한국 같은 나라는 이런 협상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도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기술 표준을 세우는 식이죠.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얘기하겠지만 게임의 양상이 변하게 되면 중간국과 약소국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한국처럼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는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겁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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